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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쟁이 Episode

빨간 냄비의 비밀 (빨간 염료가 나와요!)

by 건하민아빠 2020. 2. 25.

13년 전 M 공장 외주제작을 할 때 방송 에피소드이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호러물 같은 ㅋㅋ

" 빨간 냄비에서 빨간 염료가 나와요 " 라는 소리를 듣고 피해자를 찾아갔다.

할머니가 나오셨다. " 커피를 마시려고 포트를 찾는데 없어

 빨간 냄비를 하나 찾아서 물을 끓였어요..

펄펄~ 잘 끓고 나서 컵이 없어서 종이컵으로 물을 담는데

글쎄! 종이컵 안의 물이 빨간색이지 뭐예요.."그래서 끓여봤다.

문제의 빨간 냄비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짜.. 충격적이었다 ㅠㅠ)

혹시나 해서 더 오래 끓여봤다. 역시나 더 짙게 빨간 염료가 나온다!! 

인터뷰하는 도중에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 냄비로 신혼 초부터 사용했고, 아기의 젖병을 끓이고 분유까지..

그리고 이 제품은 한국 제품이었는데 본사와 함께 주고받은 내용들을 보여주셨다.

염료가 AZO 계열의 염료였고 "발암물질" 이라는 것이다.

이걸로 몇 년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ㅠㅠ


다음날 리포터 형님과 함께 본사를 찾아갔다.

(우리가 찾아간 날이 모 방송국에서 이 한국 기업을 칭찬을 해서 방송에 잘 나간 다음날이었다)

임원진들로 기억하는데.. 이분들이 쭉 의자에 앉으셔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길 하셨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 그래서 얘기했다! 끓여보시죠! 한쪽에서 끓이기 시작했다..

3분, 5분, 8분, 10분.. 뭐 이런 식으로 끓였다. 결과는 뻔했다.

임원진 얼굴이 거의 검은색이 되었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중 한 분이 아마 이 제품만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같은 4종 Set (빨강,금색,파랑..) 중에  금색을 끓여보자고 했다.

예쁜 노란색 염료가 나왔다. 나머지는 테스트도 하지 않았다

빠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죄송하다고 마무리 인터뷰를 했다.


그러고 나서 또 충격을 먹은 것은 여의도 공원으로 시민 인터뷰를 하려고 문제의 빨간 냄비와 끓인 빨간 물을 작은 생수통에 담아서 가지고 갔다. 다들 경악을 하면서 진짜 화를 많이 내셨다.

특히 냄비는 어머니가 시집갈 때 자식들에게 선물을 많이 준다고 하면서 

"신혼부부나 이사를 한 사람들 선물을 하는 거라면서

자기들 집에 모든 냄비는 유리나 스테인리스로 다 바꾸겠다" 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 어머니가 막 우셨다.

자기 집에 똑같은 거를 쓴다며..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아팠다고..ㅠㅠ

영화 찍는 줄 알았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럴 때 방송을 하는 게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검색을 하면 나오는 기사이다. " OO아트 냄비에서 빨간 색소 나오다 "

그 이후로 그 제품은 전부 회수 폐기됐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제품을 만든 곳이 부산의 하청업체였다고 들었다.

방송은 잘 나갔고 이미 기사를 통해서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내용을 좀 더 조사하고 

사례자를 만나면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공감할 수 있었다.

( 그 뒤로 난 색깔 있는 냄비는 쳐다도 안 본다 ㅜㅜ)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잘 모르고 광고와 브랜드명,

업체의 인지도만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정직한 기업이 우대받고 소비자를 우롱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목표로 하는

허당 기업들은 사라졌으면 좋겠다.